기억의 빛깔 / 구본아展 / 주불한국문화원_Center Culturel Coré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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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5,602회 작성일 09-03-11 12:01전시기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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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명 |
기억의 빛깔
구본아展 / KOOBONA / 具本妸 / painting
2009_0211 ▶ 2009_0311 / 일요일, 공휴일 휴관
구본아_物1_한지에 먹, 채색_140×100cm
초대일시_2009_0211_수요일_06:00pm
주불한국문화원의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展관람시간 / 09:30am~06:00pm / 목요일_09:30~08:00pm
토요일 01:00pm~05:00pm / 일요일, 공휴일 휴관
주불한국문화원_Center Culturel Coréen
2 avenue d’Iena 75016, paris, FRANCE
Tel. +33.1.47.20.84.15
www.coree-culture.org
구본아의 작품세계는 동양화라는 전통적인 장르에 서양의 초현실주의와 같은 환상적인 세계를 접목해 몽환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독특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특히 오늘날 젊은 작가들이 대부분 사진과 비디오 분야에서 트렌디하고 아방가르드적인 작업을 하는 것에 비해, 그녀의 작품세계는 동양화의 장르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 "혼합적인 동서양 가로지르기" 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마치 서양의 초현실주의가 중세시대 보쉬의 작품 세계의 또 다른 시대적 버전으로서 영향을 흡수, 재표현한 것이라면, 구본아의 현대적 의미에서 동양화 또한 그녀의「몽유도원도」를 다시 재해석한 작품에서 나타나듯이, 종적, 횡적으로서의 역사적 유산과 시대적 정신을 잘 아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본아_物2_140×100cm
구본아_物3-夢遊桃源(몽유도원)_한지위에 먹, 채색_100×280.5cm_2008
구본아_物4-夢遊桃源(몽유도원)_한지위에 먹, 채색_100×280.5cm_2008
사실 오늘날 동양화의 새로운 나아갈 길이 옛날 그대로의 답습이 아니라, 현대라는 시대 정신을 담고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그릇으로서 중요한 매체임을 볼 때, 세계화를 부르짖는 오늘날 "동양화의 현대화"는 그야말로 너무나도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서양화로의 종속적인 흡수나 맹목적인 접목이 아니라, 동양화라는 기본 골격 하에서 나름대로의 해석과 표현으로 구현해 낸 구본아의 작품을 유럽 예술의 중심지인 파리에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모더니티가 지닌 모순된 시간성, 즉 벤야민에 의해 그토록 예찬 되어진 폐허(ruine)라는 구시대적 유물과 현재(présent)라는 근대의 어떤 순간과의 만남이라는 덧없는 순간에 대한 자각과 이의 구현으로서의 예술이 또한 모더니즘 예술의 가장 중요한 의미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면. 이러한 폐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또 다른 시도를 구본아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구본아_物5_60×70cm_2008
구본아_物6_60×70cm_2008
바로 이러한 점이 그의 작품을 전통적인 동양화라는 로컬리즘에서 소위 글로벌리즘이라는 미술사의 그 복잡한 정원 속으로 초대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할 것 이다. 이렇듯 폐허로서 허물어져 가는 벽이나 먼지처럼 사라지는 대상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소위 “먹”이라는 하나의 매체로서 그토록 많은 색채의 농담과 마티에르의 뉘앙스로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구본아의 평면은 서양의 일점 원근법이 사라지고 난 후 추상적 공간이 이렇듯 동양화의 함축적인 공간과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열림으로서의 비어있는 기억의 공간을 제시한다.
폐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또한 버려진 사물에 대한 초현실주의적 "발견된 오브제" (l'objet trouvé)에 대한 관심과 이의 르네상스적 부활이라는 화려한 옷갈아 입기를 통해서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구본아展_주불한국문화원_2009
굴러가는 이끼 낀 돌에 새로 입힌 여러 맛깔난 빛깔들의 형상은 마치 어머니의 어머니로 거슬러 올라가는 빛바랜 색동저고리의 기억처럼 오래된 미래라는 뒤섞여진 시간과 장소, 즉 폐허 속의 미래라는 양피지(palimpsestes)속의 기억처럼 언캐니(uncanny)한 기이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는 또한 막스 에른스트의 회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주로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즐겨 다루었던 동식물, 파충류 등의 소재에 의해 이질적이고도 전복적인 미(la beauté convulsive)를 통해, 기이하고 불안한 아름다움(l‘inquiétude l'etrangeté)을 추구했듯이, 구본아의 작품에서도 폐허를 가득 덮고 있는 나비떼들의 이미지로 더욱 증폭되는 수수께끼(enigme)와도 같은 초현실적 산수풍경을 보여준다.
개인적이자 동시에 집단적인 우리 기억의 여러 다양한 빛깔들로 이루어진 구본아의 이번 전시를 통해, 머나먼 고국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정체성을 환기시키는 그 어떤 공간을 열어 보여주게 될 것이다.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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