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오래된 미래"

전망 좋은 방 "오래된 미래"

페이지 정보

작성자 cautewoo 조회 72회 작성일 26-03-19 08:45
작가 박우정
기간 2026-03-27 - 2026-04-16
초대일시 오프닝 3월 27일 16시-19시
휴관일 일.월
장소 스페이스 22
주소 0623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관련링크 http://space22.co.kr/ 1회 연결
좋아요 2

전망 좋은 방 “오래된 미래"

Chambre avec vue “Futur Ancien”


전시소개서 


전망 좋은 방 “오래된 미래” 는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 「전망 좋은 방」의 첫 번째 전시이자 출발점이 되는

하위 프로젝트로, 핀홀 카메라를 통해 이미지의 본질과 존재의 흔적을 탐구하는 작업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되고 인공지능이 이미지 생산의 주체로 등장한 시대에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을

기록하는 유일한 장치가 아니며, 무한히 복제되고 수정·소비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찍는다’는 행위의

의미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본 전시는 이러한 환경에 대한 질문을 가장 원시적이고 느린 장치인 핀홀 카메라를 통해 다시 묻는다.

전시 제목 ‘오래된 미래’는 과거의 기술로 현재를 기록한다는 역설에서 출발한다. 렌즈 없이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을 받아들이는 핀홀 카메라, 그리고 19세기 사진 발명 초기 방식에 가까운 실버 젤라틴 디렉트

포지티브 페이퍼를 사용하여 가장 현대적인 도시 풍경을 촬영한다는 점에서다.

도시 속 번화가의 속도와 소비의 상징적 공간에서 십여 분에 가까운 장시간 노출로 촬영된 이미지들

속에서 군중의 형체는 사라지고, 공간과 빛의 흐름만이 남는다. 빠르게 이동하는 존재들은 화면에 남지

않지만, 그들이 지나간 시간의 층위와 빛의 흔적은 은밀하게 각인된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순간들이 응축되어, 사라졌으나 ‘있었다’는 사실만을 남긴다.

이번 작업에서 매체 선택은 단순한 기술적 방법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작가는 필름 대신 디렉트

포지티브 실버 젤라틴 페이퍼를 사용한다. 이 종이는 빛을 직접 포지티브 이미지로 받아들이며 한 장이 곧

하나의 원본이 되어 동일한 이미지를 다시 생산할 수 없다. 사진이 지녀온 무한 복제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방식이며,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언이 말했듯 “매체가 곧 메시지”라는 관점에서

이미지 생산 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카메라를 직접 제작하고 촬영 후 암실에서

현상을 수행함으로써 이미지 생산의 전 과정을 자신의 신체적 노동과 시간 속으로 되돌린다.

전시장에는 신작 시리즈와 함께 기존 핀홀 작업 일부가 아카이브 형식으로 소개되며, 공간 일부는 카메라

옵스큐라 구조로 전환되어 관람자가 어두운 방 안에서 외부 풍경이 실시간으로 투영되는 장면을

체험하도록 구성된다. 이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본다’는 행위와 ‘찍는다’는 행위의 기원을 감각적으로

환기하는 장치다.

전망 좋은 방 “오래된 미래” 는 과거의 장치를 통해 현재를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통해 미래의 이미지를

사유하려는 시도이며, 빠르게 생산되고 사라지는 이미지의 시대 속에서 존재와 시간, 그리고 빛이 남긴

흔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


작가노트


디지털 기술은 이미지를 민주화했다. 이제 손안의 전화기만으로도 중형 카메라에 준하는

해상도를 얻을 수 있고, 심지어 카메라 없이도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러한 시대에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그 질문을 “무엇을 찍는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찍는가”라는 문제로 되돌려 보았다.

넘쳐나는 도구들 속에서 가장 원시적인 장치를 선택하는 일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그것은 매체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과정이다. 마셜

맥루언의 말처럼, 미디움은 곧 메시지다.

나는 카메라를 직접 제작하고, 핀홀 카메라에 디렉트 포지티브 실버 젤라틴 페이퍼를 장착해

촬영한다. 이 종이는 빛을 곧바로 포지티브 이미지로 받아들이며, 한 장이 곧 원본이 된다.

복제할 수 없고, 수정할 수 없으며, 동일하게 다시 만들 수도 없다. 사진이 지녀온 복제

가능성의 구조를 스스로 끊어내는 선택이다.

핀홀 카메라는 긴 노출을 요구한다. 십여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빛은 종이 위에 서서히 쌓인다.

그 안에는 수많은 순간이 겹겹이 응축된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개별적 존재의 형체는

사라진다. 오직 ‘있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이미지를 만든 것이 아니라, 빛이 지나간 자리를 종이에 남겼다. 이 작업은

사진이라기보다 하나의 회화이며, 동시에 하나의 사건이다.


eee151de2f9642503ba727f69679992e_1773879577_612.jpg
eee151de2f9642503ba727f69679992e_1773879617_1813.jpg
eee151de2f9642503ba727f69679992e_1773879650_0777.jpg
eee151de2f9642503ba727f69679992e_1773879673_1562.jpg
eee151de2f9642503ba727f69679992e_1773879687_1796.jpg
eee151de2f9642503ba727f69679992e_1773879706_808.jpg
 

전시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