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OCI YOUNG CREATIVES 줄리언 리 개인전 《Off-line IMAGE》

2026 OCI YOUNG CREATIVES 줄리언 리 개인전 《Off-line IMAGE》

페이지 정보

작성자 OCImuseum 조회 55회 작성일 26-06-12 11:05
작가 줄리언 리
기간 2026-06-18 - 2026-08-01
장소 OCI미술관
주소 03144 우정국로 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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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line IMAGE

​                                                                                   ​ ​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변호하며

​                                                                                   ​ ​                                                                                                                  


사진을 논할 때 대부분의 작가는 이미지가 눈에 어떻게 보이고 포착되는지에 주목한다. 빛과 초점의 깊이(피사계 심도), 크기, 구도, 그리고 맥락 같은 변수들이 우리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보이지 않도록' 의도된 이미지들은 어떠한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거나, 간과되거나, 전혀 다르게 오독되도록 설계된 이미지들 말이다.


이러한 물음은 줄리언 리(Julian Lee)가 펼쳐온 다채로운 예술 실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창작 태도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된 세계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 시절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보냈는데, 당시 그와 남동생은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계 학생이었다. 남아공이 결코 단일 민족 국가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가 겪어야 했던 문화적, 언어적 장벽은 매우 도드라졌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자라야 했다. 수년 후, 그가 독일 라이프치히 조형예술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이주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의 예술 철학은 이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영원한 외부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치열하게 응답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이 시기 줄리언 리의 초기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는 '크로마키(chroma key)' 기술에서 출발한다. 크로마키는 주로 초록색 스크린을 배경으로 두고 촬영한 뒤, 후반 작업에서 그 초록색 부분을 다른 이미지로 교체하여 원래 배경을 지워버리는 합성 기법이다. 작가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사진 속에 추상적인 초록색 형상을 그대로 채워 넣음으로써, '시스템에 의해 지워질 운명에 처한 배경'을 눈앞에 시각화한다. 이는 그가 남아공과 독일이라는 서구 사회의 주변부에서 살아오며 점차 더 깊이 공명하게 된 자신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그의 크로마키 작업들은 사회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위태로운 감각을 보여주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배적인 시선과 사회적 조건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세상의 중심적인 시선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끊임없이 지워지는 현실을 마주해 온 경험이, 자연스럽게 기존의 질서와 상식에 도전하려는 태도로 이어진 것이다.


오늘날 시각 문화에서 크로마키는 너무나 보편화되어, 색채 표준 기업인 팬톤(Pantone) 색상표에 업계 기준이 되는 특정한 초록색이 따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다. 이처럼 너무나 흔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요소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는 영리한 전략은,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적 탐구이다.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인가는 과연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이미지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에 유통되고 소비될 만큼 '완성된 상태'로 인정받는가?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대중 앞에 드러나는 것이 금지된 이미지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줄리언 리가 두 번째 시각적 모티프로 차용한 '사진 초점 차트(focus charts)'가 새로운 시급성을 띠고 등장한다. 작가는 사진 촬영의 보조 도구에 불과했던 무미건조한 차트들을 그 자체로 논쟁적인 주인공으로 격상시킨다.


흑백의 추상적인 기호들로 이루어진 초점 차트는 언뜻 보면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사진작가들에게 이 차트는 정확한 초점을 맞춤으로써 촬영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필수 도구다. 사진에 완벽한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이지만, 역설적으로 최종 사진이 찍히기 직전에는 언제나 화면 밖으로 치워져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 그러나 작가는 이 일시적인 대역들을 화면의 중심에 어엿한 주인공으로 세우고, 종종 그 중립성을 훼손할 만한 어떤 맥락도 없이 차트 그 자체의 순수한 형태로 제시한다. 이제 전시장에 걸린 이 이미지들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히 감상되어야 할 고유한 가치와 정당성을 지닌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존재하게 된다. 비로소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미지의 기원은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지의 의미가 변하는 방식을 둘러싼, 리의 작업 세계 속 '창작자의 권위(저작성)'와 '의도'에 대한 거대한 문화적 담론이 시작된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이미지든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다른 자료와 비교하고 조작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세상이 미리 정해놓은 무수한 해석을 뒷받침하도록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나타나는 흥미로운 증상 중 하나는, 우리가 가진 기존의 분류 방식이나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인지적 불협화음)이다. 모든 시각적 자극을 깔끔하게 정리된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으려는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든 이미지 중에는 이 같은 신경적 성향을 끝내 거부하는 예외적인 사례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성적인 논리를 넘어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특정 이미지들이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무의식을 건드리거나, 너무나 독특해서 시선을 단번에 붙잡고 정신을 사로잡는 이미지들 말이다. 앞서 언급한 크로마키나 초점 차트가 현대 시각 예술이 던지는 풀리지 않는 질문이라면, 줄리언 리의 가장 최근 작업은 이러한 시각적 위태로움의 뿌리를 사진이라는 현대적 기술 너머의 까마득한 과거에서 찾는다. 그는 기계적인 이미지 생산 방식을 넘어, 한반도 청동기 시대 주민들이 남긴 추상적인 암각화(바위 그림)로 눈을 돌린다. 오늘날 울산 외곽에 남겨진 이 바위 그림들은 현대 학자들에게 여전히 거대한 수수께끼다. 특히 고래나 호랑이 같은 주변의 다른 동물 그림들과 달리, 이 그림들은 아무런 실용적인 목적이 없어 보이는 기하학적인 원형 패턴을 반복하며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고대의 이미지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드러낸다. 비록 이 이미지들이 반영하는 세계관이 현대의 언어와 분석법으로는 도저히 포착될 수 없고,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그 의미가 명확히 읽히지 않을지라도, 그것들은 그럼에도 그 자체로 엄연히 존재하는 유효한 시각적 기호로 남는다. 이 이미지들의 진실은 자신의 삶과 이야기가 세상의 주류에서 벗어난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받아 온 작가에게 본능적인 차원에서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그의 작품 속에서, 주류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지워지고 배제되었던 이미지들은 역설적으로 관람객을 더욱 비판적이고 새로운 시선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은 세상이 정해놓은 인지적 위계질서와 상관없이 작동하는 평등한 시선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비록 그것이 우리의 분류체계 속에서 아무리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세상에 시각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동등하게 주목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단호하게 선언하고 있다.


앤디 세인트루이스 Andy St. Louis (프리즈 하우스 디렉터)




작가 약력

​                                                                                   ​ ​                                                                                                                  


줄리언 리 Julian Kyusang Lee

kyusangleestudio@gmail.com | juliankyusanglee.com | @kyusangleejulian

 

학력

2024  라이프치히 조형예술대학 마이스터슐러 과정 졸업(Prof. Christin Lahr 사사), 라이프치히, 독일

2016  케이프타운 대학교 순수미술 학사 졸업,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개인전

2026  Off-line IMAGE, OCI미술관, 서울

2024  Ostinato Interstice Rendering, Techne Sphere, 라이프치히, 독일

 

주요 단체전

2026  AETHER COMMONS: Refracted Cosmologies, Fundacja Stefana Gierowskiego, 바르샤바, 폴란드

2024  Dior Photography and Visual Arts Award, LUMA Arles, 프랑스

        Gute Aussichten - Junge Deutsche Fotografie 2024/25, Deichtorhallen, 함부르크 Landesmuseum, 코블렌츠 / Städ sche Galerie    Nordhorn, 노르트혼, 독일

2022  documenta fifteen, 카셀, 독일

2019  Still Here Tomorrow To High Five You Yesterday…, Zeitz MOCAA,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상/선정

2026  OCI YOUNG CREATIVES, OCI미술관

2025  Gute Aussichten - Junge Deutsche Fotografie, 독일

2024  Dior Photography and Visual Arts Award for Young Talents, 프랑스

2023  Ketterer Kunst Masterclass Preis für Junge Kunst, 독일

2020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상

2017  Celeste Prize 사진 부문, 영국

 

지원

2024  Kulturstiftung des Freistaates Sachsen, 독일

 

소장

Zeitz MOCAA,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시 위치